李대통령 "한국판 팰런티어 육성"…10조 펀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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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한국판 팰런티어 육성"…10조 펀드 만든다

新안보 혁신기업 회의 주재

2030년까지 1조 기업 5곳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우주항공·드론 등 신안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기업 5곳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신(新)안보 분야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한국형 팰런티어' 다섯 곳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는 2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비영리 벤처캐피털(VC) 인큐텔을 벤치마킹한 기술 특화 자산운용사를 세워 앞으로 5년간 최대 10조원을 신안보 분야 혁신 기업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혁신 기업 5곳,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50곳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인 안보 혁신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팰런티어, 안두릴처럼 신안보 시장에서 우리나라 혁신 기업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드론, 로봇, 인공위성, 네트워크 등 민간 최첨단 혁신 기술은 국가 안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됐다"며 "기술 우위가 곧 안보 우위"라고 강조했다.

신안보는 전통적인 재래식 군사 역량이 아니라 국방 인공지능(AI), 첨단 센서 등을 기반으로 한 안보 역량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서 주목받은 팰런티어가 대표적인 신안보 분야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480조원에 이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자체 방위산업 AI 개발을 선언하는 등 신안보 기술이 국방 역량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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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안보 기업 성장 도울 것"…마키나락스·로보티즈 등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신(新)안보 혁신기업'을 강조한 것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드론, 로봇, 사이버 보안 및 양자 통신 등 첨단 기술이 미래 전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안보 및 수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국판 팰런티어' 또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K방산, 대기업 하드웨어 편중"

이 대통령은 26일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눈부신 도약을 했지만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K방산은 대기업 하드웨어 무기체계 중심으로 편중돼 조달 구조가 느리고 경직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 차원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안보 분야 지원에 대해 "대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벤처·스타트업 등 속도, 민첩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혁신기업들이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기업 가치가 480조원에 이르는 미국 팰런티어, 26조원에 이르는 독일 헬싱과 경쟁할 수 있는 혁신기업을 만들어 가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마키나락스(피지컬AI), 로보티즈(로봇), 유콘시스템(드론), 페르소나AI(AI 솔루션), 아이씨티케이(양자), 노르마(양자),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위성) 등이 신안보 혁신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이 '신안보 혁신기업'이란 단어를 꺼낸 것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부터다. 이전까지 언급해온 '방위산업'이라는 틀을 넘어 신성장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최대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또 기존 무기체계는 소요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7~10년 걸리는데, 첨단 무기체계의 경우 이 기간을 1년 내로 단축하는 '신속 조달 체계'를 구축한다. 국가 위성 영상과 관측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

"곧 추경하게 될지도 몰라"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신안보 기업의 제안을 듣고 내각과 참모진에 바로 지시했다. 위성영상 분석기업인 에스아이에이 전태균 대표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모자라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 GPU 구매 속도를 더 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GPU는 점점 더 대규모로 필요할 것"이라며 "곧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게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재원도 추가로 발생하는 것 같다.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만큼 2차 추경 편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 확대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인 말씀"이라고 했다.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은 중소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혜택 부재로 거래가 끊기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중견 기업에 불이익을 준 건 아니다"면서도 "슬라이딩 형태(점진적 축소)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어떻냐 해서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혁신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빌려주고,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정부가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하고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드론 기업인 파블로항공의 김영준 의장이 대규모 안보특구 조성을 요청한 데 대해선 무인도 등 버려진 섬을 찾아 육해공 안보 전력을 실험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군의 휴머노이드 로봇 적용 문제는 윤리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실 주력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했다. 저출생으로 군 병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로봇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형규 기자

▶新안보 혁신 사업

전통적·재래식 군사 위협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범정부 산업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