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대규모 청산 여파로 흔들렸다. 비트코인이 6월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리면서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만 AI 반도체주 반등과 일부 디파이(DeFi) 종목의 개별 호재가 맞물리며 낙폭은 일부 제한됐다.
25일 가상자산(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간밤 5만9175달러(약 9137만원)까지 하락했다가 6만1500달러(약 9496만원) 안팎으로 반등했다.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 6만5500달러(약 1억113만원) 부근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약 10% 하락했다.
이번 조정 과정에서 가상자산 선물 시장에서는 약 10억달러(약 1조5440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비트코인 선물에서는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 약 4억3000만달러(약 6639억원)가 강제 청산됐다.
시장 하락을 촉발한 단일 재료는 뚜렷하지 않았다. 매파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조, 6주 연속 이어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여름철 유동성 약화, 오는 30일 분기말 옵션 만기 등이 복합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했다.
알트코인 시장도 비트코인 하락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종목이 약세를 보였고,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치면서 단기 변동성이 커졌다. 시장조성업체 윈터뮤트는 앞서 5만9000달러를 약세장 저점 여부를 가늠할 주요 가격대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AI 반도체주 반등은 가상자산 시장의 낙폭 축소에 영향을 줬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완화됐고,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소식도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AI 관련주 흐름과 맞물려 움직이는 가운데, 반도체주 반등이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의 반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에이브(AAVE)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AAVE는 스탠다드차타드가 2030년 말 목표가를 3500달러(약 540만원)로 제시했다는 소식에 24시간 동안 약 15% 상승해 80달러(약 12만원) 부근에서 거래됐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제프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AAVE가 탈중앙화 대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디파이 시장 전체 자산이 2030년까지 약 37배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AAVE 가격이 올해 말 180달러(약 27만8000원), 이후 600달러(약 92만6000원), 1200달러(약 185만원), 2200달러(약 339만원)로 단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 목표가 달성에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지난 4월 켈프다오(KelpDAO)에서 발생한 2억9100만달러(약 4493억원) 규모 해킹 여파가 에이브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쳤고, 예치금은 440억달러(약 67조9360억원)에서 230억달러(약 35조512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에이브의 디파이 대출 시장 점유율도 평균 59%에서 38%까지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분기말까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5만8000달러 아래에는 약 16억달러(약 2조4704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몰려 있다. 해당 가격대를 이탈할 경우 추가 청산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