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한 미국 실물연계자산(RWA) 플랫폼 시큐리타이즈가 뉴욕 증시 입성과 동시에 자사주식을 토큰화했다. RWA 산업의 중심축이 채권·펀드에서 주식·상장지수펀드(ETF)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시큐리타이즈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직후 약 3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솔라나(SOL)와 아발란체(AVAX)에서 토큰화했다. 미국에서 상장과 동시에 자사주를 온체인에서 발행한 건 시큐리타이즈가 처음이다.
카를로스 도밍고 시큐리타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오랫동안 상장 주식이 온체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해왔다"며 "이같은 신념을 상장 첫날 자사주를 토큰화하는 것보다 강력하게 입증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최초로 상장과 동시에 토큰화를 추진한 만큼 시장도 시큐리타이즈 상장에 주목했다. 이에 회사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6%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4.41% 오른 12.3달러에 마감했다.
시큐리타이즈 상장은 최근 미국의 제도 개편과 맞물려 있다. 앞서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 5월 내부 규제를 손봐 토큰화 주식 거래를 전격 허용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토큰화 주식도 기존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갖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봤다. 뉴욕증권거래소 측은 "자사는 시장이 국가시장시스템(NMS)의 혜택과 보호 장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주식) 토큰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상장에는 RWA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존 국채, 펀드 등에 집중됐던 RWA 영역이 주식과 ETF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홍진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RWA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자산 분야 중 하나로, 초기 시장은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FF)가 성장을 주도했다"며 "(단) 최근에는 사모신용, 사모펀드, 주식, ETF 등으로 적용 자산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토큰화 주식 시가총액 추이. 사진=RWAxyz실제 토큰화 주식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토큰화 주식 시장이 올해 약 17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5조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4년 내 미국 국채 시장의 약 10%, 미국 상장 주식의 약 3%가 토큰화될 것이라는 게 씨티의 진단이다.
씨티는 "미국 예탁결제원(DTCC)과 뉴욕증권거래소가 토큰화를 자본시장에 도입하는 건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미국 금융 권력의 영향력과 세계 기축통화가 (토큰화 주식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 수요는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주식 서비스 비스톡스(bStocks)의 총운용자산(AUM)은 지난 1일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바이낸스가 지난달 비스톡스 출시와 함께 약 7000개의 미국 주식 및 ETF에 대한 거래 서비스를 본격화한지 1개월만의 성과다. 일각에선 올 연말께 비스톡스 AUM이 1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큰화 주식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최근 다양한 자산군을 다루는 '슈퍼앱' 비전을 내세우기 시작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거래, 투자 접근성 등으로 토큰화 주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거래소 입장에서 토큰화 주식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량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수익원"이라고 말했다.